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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40) 대머리를 위한 시상식
制定日期
202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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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바울의 머리가 비상 (40) 대머리를 위한 시상식
글 : 황바울 ㅣ 감수 : 성형외과전문의 김진오
저는 작년 12월에 미스 프랑스와 청룡영화상을 엮어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2024년에는 최초의 숏컷 미스 프랑스가 나왔고, 2025년에는 최초의 30대 미스 프랑스가 나왔습니다. 숏컷이라고 해서, 30대라고 해서 미스 프랑스의 자격이 없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선택이 아름다움을 판단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 정치적 올바름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나오면 안 된다고 했죠.
“우리는 열려있습니다! 우리는 진보적입니다!”라는 외침은 미인 대회가 아니라 궐기 대회에 더 어울립니다.
미인 대회에서는 그냥 미인을 뽑았으면 하는 것처럼, 영화 시상식에서는 배우의 연기를 보고 뽑았으면 했습니다. 머리카락이 얼마나 있는지를 따지지 않고요.
작년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는 <서울의 봄>의 황정민 씨가 남우주연상을 받았습니다. 전두광 캐릭터는 대머리였지만, 배우가 실제로 대머리는 아니었죠.
시상식이 시작된 1963년 이래로, 대머리는 단 한 번도 남우주연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여우주연상도 마찬가지고요. 대머리 분장을 한 배우는 있었지만요.
2025년 청룡영화상 시상식은 지난 11월 19일에 열렸습니다.
‘대머리는 주연상을 못 탄다’는 전통 아닌 전통이 이번에도 이어졌습니다. 남우주연상 수상자는 현빈 씨였습니다.
저는 ‘현빈’이나 ‘원빈’ 같은 사람 말고, ‘텅 빈’ 사람도 한번은 남우주연상을 받았으면 합니다.
이런 청룡영화상과 달리 대머리만 상을 받을 수 있는 곳도 생겼습니다.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BALD-OFF라는 대회입니다.
가장 멋진 대머리를 찾는 대회인데, 대머리뿐만 아니라 대머리 분장도 참가할 수 있습니다.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권위 있는 대회는 아닙니다.
“It Left The Group Chat”이라는 코미디 스케치 그룹이 주최한 자그마한 대회입니다.
가수 핏불의 CD와 영화 <메가마인드> DVD를 우승 상품으로 줍니다. 이번이 1회였는데, 2회가 다시 열릴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대회에는 60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정확히 몇 명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네요. 털이 없는 고양이도 참여했으니까요.
아무튼, 이 대회의 우승자는 변호사 톰 버델릭이었습니다. P&G사의 브랜드이자 마스코트인 미스터 클린을 흉내 냈습니다. 원래 대머리이기에 분장이 쉬웠다는 소감을 남겼죠.
코미디 그룹이 만든 만큼 웃자고 만든 대회입니다만, 웃지 않고 만든 시상식보다 정직해 보였습니다.
미스 프랑스나 청룡영화상보다도 본질을 해치지 않고 다양성을 잘 유지한 대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황바울
- 2015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 동화부문 수상
- 2018 대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수상
- 2020 진주가을문예소설 부문 수상
- 2021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부문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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